화재 후 다시찾은 인왕산 등산코스 (홍제역 코스, 서울근교 초보 등린이를 위한 산행코스로 추천합니다.)

지난 주말 침대에 기대어 한가로이 책을 읽고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탄내가 느껴졌다.

"이게 무슨 냄새지.." 하고 창밖을 내다봤는데.. 

.

.

오..마이.. 갓..ㅠㅠㅠ

 

말도 안되는 풍경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인왕산에서 불기둥이 생생하게 보일만큼 큰 불이 난 것이다. 아침에 시작된 산불은 몇시간이 지나서도.. 심지어 저녁이 될때 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지만, 축구장 10개정도의 산림 면적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평소에 가볍게 넘겼을 기사였지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화재의 모습때문인지 눈을 질끔 감을만큼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

.

.

큰 산불을 겪은지 딱 1주일이 지난 오늘.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인왕산을 찾았다. 찾아간 산길은 화재가 직접적으로 발생했던  '홍제코스'이다. 홍제역에서 시작해서 인왕산 정상에 다다르는 루트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이기도 하다. 

 

"홍제역→문화촌현대아파트→기차바위→인왕산 정상" 으로 가는 코스

문화촌 현대아파트를 지나 등산로에 진입한지 10여분쯤 되었을까.. 나무 탄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찔러왔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들이 까맣게 타버렸고, 바위들도 검게 그을렸더라. 화재의 흔적은 멀리 보이는 초록과 대비되어 더 검고 어둡게 보였다. 나 뿐만아니라 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연달아 탄식을 쏟아냈다. 

얼마나 화마가 무시무시 했었던 것인지.. 잎사귀 하나 없이 검게 그을려 버린 나무가 왠지 으스스 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왠지 산에게,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옆에서 자연에게 위로하더라. 뿌리까지 모두 타버린건 아니니, 곧 녹음이 다시 자랄거라고. 스스로 치유되는 너의 생명력을 믿으라고-

기차바위(왼쪽), 인왕산 정상(가운데), 안산(오른쪽 봉우리)

산을 오를수록 화재의 흔적은 사라지고 푸르른 원래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푸름이 짙어질 수록 불에 그을려 검고 노래진 근경과의 대비가 커지고 있었다. 그래도 기차바위 쯤에 다다르는 순간 탄내는 거의 사그라들고, 산에서 느껴지는 피톤치드 나무 향기가 차츰 진해지기 시작하더라. 

인왕산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등산로에 진입한지 한 30여분쯤 지났을까.., 기차바위에 도달했다. 기차바위에 오르는 암벽 길 자체도 멋지지만,  이 곳에서 고개를 돌리면 넓게 펼쳐진 북한산의 풍광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겨우 30분을 올라서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오르려는 노력에 비해 너무 큰 것을 얻어가는 느낌이랄까.

기차바위(왼쪽), 한양성벽(오른쪽)

기차바위를 지나, 능선을 조금 더 오르락 내리락 하면 철재계단을 통해 '한양 성곽'과 연결 된다..

 

막간 지식으로,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한양 성곽은 전쟁을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성벽은 아니다. 그래서 매우 낮게 조성되었다.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천도하면서, 정도전에게 도시 설계를 맡겼는데, 산세에 순응한채 궁궐과 종묘사직을 '좌묘우사' 원칙으로 먼저 배치하고 도시의 품격을 갖추기 위해 관념적으로 성벽을 계획했다고 한다.

 

즉, 기능적인 면보다, 미적인 면이 고려된 성벽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차피 한양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어 성벽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한양성곽

인왕산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은 상당구간 파괴되었었지만, 지금은 잘 복원되고 정비되어 있어 원래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걷다보면 보이는 아름다운 산세와 도시의 풍광과도 잘 어우러진다.  

인왕산 정상

등산로 초입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한시간 가량을 올랐을까... 어느새 다다른 인왕산 정상.

 

바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면 우리의 서울이 눈안에 가득찬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떠올릴때 '병풍처럼 중첩된 산새와 어우러지는 도시'라고 묘사한다는데.. 이곳에서 보는 서울은 과연 그렇다. 정말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아, 외국인 이야기를 꺼낸김에.., 신기한게 하나있다. 언제 부터인지 인왕산에 정말.. 외국인이 많다. 보통 우리가 해외로 여행가서 산을 잘 찾지 않는데, 이렇게 외국인이 많은 것을 보면 좀 갸우뚱하기도 한다. 어딘가에 관광 명소로 추천된 것일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서울같은 대도시, 그 한복판에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곳에서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이 또한 다른 곳에서 느끼기 어려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끝으로 숨은그림 찾기를 위한 두장의 사진.

.

.

남산타워, 경복궁, 창덕궁, 서울스퀘어, 롯데타워, 남산힐튼호텔 찾아보기 :)

경복궁(왼쪽하단), 롯데월드타워(왼쪽상단), 남산타워(가운데)

 

63빌딩, 파크원 전경련회관 찾아보기 :)

한강, 63빌딩, 전경련, 파크원

 

 

인왕산 정상에서 서촌으로 내려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왕산 숲속쉼터 '인왕3분초'

낙수장 안부럽네.. 인왕산 숲속쉼터 '인왕3분초' (솔토+에스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