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집에서 멀지 않아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으로 당시에도 꽤나 멋지다고 생각했던 건물이다.
돌이켜보면, 맘잡구 공부한다고 이 책, 저 책 빌려보며 시간을 보냈던 애정이 넘치는 장소이다. 대학시절 자격증 공부도 영어공부도 여기서 했다. 개인적으로 무척 고마운 곳.
산 중턱에 위치한 구립 도서관.
일단 이곳에 오르면 배가 고프다. 하지만 주변에 변변한 식당이 없어서, 식당을 찾아 한번 내려가면 다시오기 힘드므로, 일단 들어오면 꾹 엉덩이 붙이고 있어야 하는 면학분위기 좋은 곳이다.
도서관 입구에는 콘크리트로 된 열주가 있다. 사실 처음 이걸 봤을 때 공사가 덜 끝난 줄 알았다. 이게 뭐지...
하지만, 지금은 넝쿨이 슬그머니 올라가고 있다. 어쩌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얀 콘크리트를 녹음이 채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우두커니 서있는 콘크리트가 조금은 상막하고 차갑다.
경사지의 악조건을 테라스 형태로 풀어낸 것은 무척 인상적이다. 각 층마다 풍성한 외부공간을 계획한 것은 덤이다. 또한 대칭구조로 멀리서 바라봐도 질서정연한 모습은 차분하지만 상징적이다.
다만, 교육시설을 주 재료를 노출콘크리트로 선택한 것은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노출콘크리트의 장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과거 이곳을 이용하던 시절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차갑고 상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대칭으로 구성된 노출콘크리트 매스 때문일까.
'경사지 + 노출콘크리트' 하면 떠오르는 안도타다오(Tadao Ando)의 롯코주택의 이미지도 함께 오버랩된다. 롯코주택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까 유사한 대지 조건을 보고 모티브로 삼았을지도 모르겠다.
테라스 형태를 적용하면서 각 층마다 마련된 외부 휴게실.
테라스는 훌륭한 공용공간이 되고, 이 곳에 가꾸어진 조경은 친환경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옥상 조경은 여름에 뜨거운 태양열을 흡수해 냉방부하를 줄여주고, 겨울에는 단열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좌측하단에 보이는 1m높이로 튀어나온 천창이야. 테라스마다 위와같은 천창을 두어 실내 열람실로 자연광을 유입하고 있다. 분명 좋은 공간을 위한 멋진 시도가 틀림없다. 실제로는 균일한 조도 확보를 위해 인공조명을 병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건물의 중정.
실내로 빛을 유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건물 중정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중정에 조성된 수공간을 통해 산란된 빛은 복도와 도서관으로 유입된다. 이러한 중정은 지하까지 이어져있어, 지하에서도 수공간 조망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서향으로 산을 등지고 있는 악조건 때문에 빛이 드리우는 것은 꽤 제한적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빛이 드리우는 것과 무관하게 이러한 계획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함은 틀림없다.
사실, 난 열람실보다 휴계실이 더 친근하다. 공부하다가 지치면,.. 잠시나와 뻥 뚫린 시내를 내려다보며 위로받았던 곳이니까... 큰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를 격려하던 곳이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좋은 장소,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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