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권력을 지닌 사회적 약자
어른이 되어 세상을 마주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 중 하나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 것이 악인지 관점과 입장에 따라 판단하는 것도 어렵고, 어디까지가 선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 경계를 규정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생각했다.
요 몇일간 지하철 출근길에 마주한 장애인 단체의 실력행사를 보는 내 마음 또한 그러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는 뒤로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기 바쁜 장애인 단체. 장애인과 대립한다는 자체로도 사회적 비난여론을 불러올 수 있어 불법행동에도 해산시킬 수 없다는 경찰.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이며, 어디가 선이고 어디가 악인 걸까?
사회적 약자가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닌 세상.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지향점임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로 불리우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공정을 가장한 폭력이고 양의 탈을 쓴 늑대의 모습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불법 시위를 통한 요구에 쉽게 반응한다면, 필자는 말도 안되는 명제를 단언할 수 있게 된다. "집단을 대변하는 모든 단체들이여... 지하철로.. 시청으로.. 광장으로 나와 불법시위를 자행하세요! 그것이 당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입니다."
장애인 단체는 수 일간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기껏해야 벌금정도. 심지어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시위로 운행지연, 영업방해 등 수많은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오히려 손해배상 소송을 하지 않을테니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입장이다.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뒤바뀌는 참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장애인이라는 왕관을 쓴 자들에게 그 누가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며 정의를 집행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장애인이란 허울을 벗겨내면 그들은 참으로 무소불위의 강자이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시위를 하겠니", "불법적인 시위 덕분에 그나마 장애인 인권이 개선된거 아니겠니"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묻고싶은게 있다.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 달성을 위해 올바르지 않은 수단을 쓰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뭐, 문득 든 생각이지만, 장애인이기 때문에 불법을 저질러도 관대하고... 기자들도 정치인들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프레임 속에서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려하고... 그런것이 마치 사회적으로 깨어있는 지식인 취급을 받고... 사회적 여론을 통해 처벌도 가볍게 하려는 것들 이런 일련의 모든 특별 대우가 그들을 더욱 차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비장애인, 장애인 구분없이 불법은 불법으로 엄격히 비난받고 처벌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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