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설레는 맘을 안고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 여러 장소들이 기억에 남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마주했던 '루브르 박물관'은 여러 관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도심의 풍광을 해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된 세련된 '유리 피라미드'에서 부터, 봐도봐도 끝이없던 '광활한 작품들'. 그리고 '모나리자' 앞에 모여있던 수 많은 사람들.
모두 국내에서 보기힘들었던 장면이었다.
20여년이 지났지만, 학생 때 느꼈던 놀라움을 국내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마주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몇년 전 '루브르' 박물관의 시그니처 작품인 '모나리자'처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세계에 내세울 작품으로 '반가사유상'을 대표브랜드화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막연한 설레임 같은 것이 느껴졌었다.
심지어 그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 '원오원 아키텍츠'의 '건축가 최욱'이라니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솔직히, 최소한 촌스러운 LED조명을 달아놓거나 유치하고 조악한 장식은 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경험의 여정, 사유의 방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전시되는 작품은 '반가사유상 78호, 83호' 두 점이다. '반가사유상' 78호와 83호는 보존과 휴식을 고려하여 3개월마다 번갈아가며 전시되던 유물로 국보급의 최고 중요한 유물로 손꼽힌다. 이 두 점이 한 공간에 동시에 전시되는 것은 이전에는 없었던 독특한 시도로, 나름 굉장한 파격성을 지닌다. 두 작품의 형태는 유사하지만, 만들어진 시기와 방법은 큰 차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금동반가사유상, 삼국시대 6세기 후반(왼쪽)
금동반가사유상, 삼국시대 7세기 전반(오른쪽)
반가사유상이 전시되는 공간의 이름은 '사유의 방'으로 반가사유상 전시만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약 440㎡정도로 크지않은 면적이지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아늑한 분위기에 붉은 톤의 간접등이 어둠을 겨우 벗겨내고 있다. 마치 어둠 속애 촛불을 켜고 있는 듯 한 분위기다.
이러한 환경은 오롯이 두 점의 반가사유상에 시선을 집중 시킨다. 반가사유상을 모든 면에서 바라 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전시 방식의 기획과 정교한 공간 설계로 반가사유상이 더욱 돋보인다. 외국의 지인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꼭 소개해 주고싶은 공간이자 작품이다.
* 공간이 정교하게 잘 설계되어있었다. 무엇보다 유치하지 않아 다행이다 ㅜㅜ
[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이 취하는 자세는 깊은 생각에 잠기고 있는 모습으로, 명칭의 유래는 그의 자세에서 온 것이다. ‘반가’는 ‘결가부좌’에서 한 다리를 내려놓은 자세를 의미하며, ‘사유’는 깊은 사색과 고뇌를 나타내는 말이다. 즉, ‘반가사유상’은 한 손을 뺨에 살짝 대고 깊은 생각에 잠긴 불상을 지칭한다.
석가모니는 어릴 적부터 삶의 고통과 의미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민했으며, 수행의 길에서도 깊은 사색을 거듭했다. ‘반가사유상’은 석가모니가 깊은 사색에 잠긴 모습을 보여주며 깨달음을 일시적으로 미루고 있는 수행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반가의 자세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중요한 움직임이다. 한쪽 다리를 내려 가부좌를 풀려는 것인지, 다리를 올려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들어갈 것인지를 알기 어려운데, 이것은 수행과 번민이 맞닿거나 엇갈리는 순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입가의 미소는 깊은 생각 끝에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을 상징하며, 이 작은 미소에 우리의 생각과 번민이 함축되어 있다.
[BTS 그리고 반가사유상]
* BTS RM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가사유상'을 업로드 한 이후 전 세계 팬들의 방문과 미니어쳐 구매행렬이 이어진고 있다고한다. BTS의 영향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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