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점에 이은 두번째 스타필드. 고양점.
하남점 오픈 이 후, '고양점'은 어떤 모습일까'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매장이다.
스타필드 하남은 지분관계에 따라 글로벌 디벨로퍼(社)인 '터브먼(Taubman Asia and Partners)'이 사실상 의사결정권을 갖았고, '고양점'부터가 신세계 그룹이 주도권을 갖는 진짜 신세계 쇼핑몰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나온김에 미국의 '터브만'이라는 회사에 대해 잠깐 소개해보자면, '터브먼'은 쇼핑몰을 주 개발사업으로 하는 부동산 회사이다. 터브먼이 개발한 쇼핑몰은 독특한 특유의 건축철학이 있는데, 가급적 기둥을 없애 개방감을 극대화 한다거나, 중복되는 동선없이 쇼핑몰을 순환하도록 하는 몰링동선이 특징이다. 지금은 이러한 '터브먼'의 철학이 보편적인 쇼핑몰 설계원칙이 되었다.
스타필드 고양은 연면적 36만5000㎡(11만400평)으로 수도권 서북부의 최대 쇼핑몰이다. 서울의 서북부는 인구 밀도 기준으로 초대형 상권이다. 근접거리(고양시와 서울 은평/서대문)의 인구는 약 180만명이고, 30분내 접근 가능한 지역(서울 강서,마포, 영등포 + 경기도 파주, 김포, 양주)을 포함하자면 500만명이 넘게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을 타겟으로 한 백화점이나 쇼핑몰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그동안 인구밀도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상암, 마포를 중심으로 그 격차는 줄고있지만 말이다. 그런면에서 '스타필드 고양'은 큰 도전이기도 하고, 주민들에게는 단비같은 소중한 시설이기도하다.
아무튼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지는 위치에, 이 넓고 거대한 매장을 하남처럼 백화점이나 쇼핑몰로 채우는 것은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 자리에 팩토리 아울렛이 배치되었고, 유명한 명품 대신 SPA브랜드와 실험적인 브랜드샵들이 그 자리를 매웠다. 합리적인 접근법이다.
그 외에도 쇼핑몰 설계시 전형적으로 적용하는 기법들을 충실히 반영했다.
- 동선 끝단 F&B('고메스트리트'와 '잇토피아')와 SPA브랜드를 설치 '자석효과',
- 최상층 엔터테이먼트(시네마, 키즈파크, 스파) 배치 '분수효과'
- 지하 '트레이더스'를 설치 '샤워효과'.
몰링동선은 덤벨(dumbbell)형 순환동선이다. 길죽한 대지에 적용되는 전형적인 쇼핑몰 동선이다. 길이가 400m정도 되니 왕복하면 800m를 걷는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거리가 지루하지 않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 이슈였을 것이다.
쇼핑몰은 상품이 주인공이다. 특정 상품 구매의 목적성을 갖고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의 쇼핑몰은 목적성을 갖고 방문한 고객 뿐만 아니라 목적없이 방문할 수 있는 목적지가 되길 원한다.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쇼핑몰 공간이 갖는 의미는 점차 커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스타필드 고양은 매우 쾌적하고 재미있다. 지루하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동선 내 기둥이 없어 눈이 시원하고, 천정에서는 자연채광이 쏟아진다. 터브만의 공식대로 지어진 하남스타필드와 같은 어휘다.
기술적으로 바라보면, 기둥은 매장 경계벽 뒤로 숨긴 후 복도의 동선을 모두 내민구조(캔틸레버)로 처리했다. 돈이 많이들어가는 설계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솔루션이다.
방화셔터도 매장입구에 숨겨 설치했다. 보통은 보이드를 경계로 층간 구획을 하지만, 고양점은 매장문을 경계로 층간 방화구획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쇼핑몰의 동선을 하나의 큰 대공간(아트리움)으로 해석했고, 시뮬레이션으로 안전성을 증빙하여 별도의 인허가(성능위주심의)를 통과했다고한다. 긴 말 필요없이 좋은 설계다.
하남과 비교해보면 개방성을 극대화 한 모습이나 인테리어 분위기는 크게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건축물 외관에 장식적이거나 실험적인 요소들은 많이 제거되면서 나름 경제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스타필드의 아이덴티티가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된다.
* 주말이면 약 5,000대 규모의 주차장이 가득 차는걸보니 이미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쇼핑몰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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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인테리어]
끝으로 아주 사소한 것 하나. 해외에 나가면 너무 당연한 건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왜 안될까?'라고 생각했던 것.
바로 물건보관함과 각종 집기(ATM, 정수기, 쓰레기통 등)를 인테리어 시 고려하여 설치하는 것이다.
너무 사소한 것이지만, 늘 갸우뚱했다. 이게 그동안 그토록 어려웠나?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깔끔하게 마감이 된다. 최소한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은 그렇다.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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