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만 새로울 것 없는 '광교 갤러리아 백화점'
20년 3월 광교에 재미나게 생긴 건물이 하나 생겼다. 이 건물은 Rem Koolhass(OMA) 작품이다.
렘 콜하스 Rem Koolhass(OMA)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200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스타가 된 건축가다. 그의 작품은 독특하면서도 분석적이다.
새로운 건물이 도시에 어떤 자극과 활력을 넣게되는지 설명하는 컨셉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그 설명을 차치하더라도 조형적인 그의 디자인 자체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베이징의 CCTV사옥은 그의 작품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형적 디자인은 쉽게 주목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공감을 얻지 못하면 여러 비판도 함께 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살아있는 대가 반열에 오른 그의 명성이 이를 증명한다.
건축가 이야기를 했으니, '한화 갤러리아'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겠다. 내부 사정은 모르겠어나, 확실한 건 이 회사는 건축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대단한건 그간 판매시설은 건축의 가치보다 상품의 효율적 배치에만 신경써왔다. 갤러리아는 경쟁사와 확실히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갤러리아 압구정, 천안, 대전 등 규모는 작지만, 건축 디자인으로 그 지역을 돋보이게하는 건물들이다. '갤러리아 압구정'으로 대변되는 브랜드의 이미지도 '작지만 고급스럽다'라는 평을 받는다. 분명 이러한 평가가 건축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오픈한 '갤러리아 광교'는 기존 갤러리아와는 다르게 대규모로 구성되었다. 요즘 몇몇 쇼핑몰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오픈하다보니 숫자가 좀 둔감해졌지만, 연면적이 46,000평(지하1층, 지상12층 / 영업면적 22,000평)은 대형 쇼핑몰이라 부를만 한 규모다. 사실, '갤러리아'에서 운영하는 점포 중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이 건물은 기획과 설계에만 약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한화에서 큰맘먹고 승부수를 던진 모양세다. 그도 그러한 것이, 이 지역은 유력 경쟁사와 부딪혀야하는 격전지다.
과연 디자인은 독특하다. 외관은 퇴적층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직관적이다. 멀리서 바라보니 큰 원석 한 덩어리가 도시에 올려진 것 같다.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큰 덩어리는 점차 해체되고, 그 원석을 구성했던 수만가지의 작은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작은 삼각형 조각들을 오밀조밀 붙여넣은 판넬을... 또 다시 모아 큰 덩어리를 만든거구나'
이는 마치 점을 찍어 큰 그림을 만드는 점묘법을 건축으로 구사한 것 같다. 비치된 소개 자료를 살펴보니, 이러한 입면을 구성하기 위해 14가지 종류의 화강석 125,000조각과 1,451장의 유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한 대규모 건축물에 사실상 디자인된 타일과도 같은 기법이 적용되었다는 것 자체가 여러의미로 놀라웠다.
마치 뱀이 꽈리를 틀 듯 건물을 타고 오르는 형상의 유리는 또 어떠한가. 심지어 유리 조차도 삼각형 형태로 쪼개놓았다. 멀리서 보면 영략없이 원석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다. 확실히 외모는 여태까지의 백화점과는 차별화된다. 시각적으로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과연 저 유리는 실내공간과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있을까?
보통의 백화점은 창문을 두지 않는다. 도박장처럼 시간이 가는줄 모르게 하려고 빛의 유입을 차단했던 것은 아니고, 건물 테두리에 매장을 배치하기때문에 외벽과 맞닿는 면은 창고이거나 제품 진열장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창문이 필요없다.
갤러리아 광교에 창문이 있다는 것은 기존의 공식을 탈피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도가 성공적으로 평가받으려면 실내의 기능적 공간과 어떤 관계성과 시너지를 갖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외벽을 감싸고 있는 비정형 창문들이 기존의 판을 바꿀만한 새로운 제안으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유리의 대부분은 그저 건물 테두리를 감싸고 오르내리는 동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페이스 프레임이 시작되거난 종료되는 일부 공간은 자연채광을 활용한 멋진 매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공용공간이 아니기에 고객이 머물거나 이벤트가 일어나기는 힘들어 보였다.
한편으로 겨우 이 정도의 활용이라면 뱀처럼 기다란 다이아몬드를 으다다하게 매달게 아니라 특정구간에만 커튼월을 설치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사실 내가 조감도를 보고 상상했던 공간은 여러층을 걸쳐 기다란 모양으로 매장을 깊게 파고드는 아트리움 이었다. 다른 백화점에 비해 높은 층수로 구성되어 있기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수직적 위계를 흔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채광이 드리우는 이런 멋진 공간이 있다면 사람들은 쉽게 이 곳으로 모이고 시간을 보낼 것이다. 만남의 장소로도, 다양한 이벤트를 위한 장소로도.. 어쩌면 갤러리아 광교의 상징적 공간으로도 인지될 수 있다. 마치 '스타필드 코엑스 '의 '별마당 도서관'처럼 말이다.
사실, 지나다 보면 동선이라기엔 크지만, 매장으로 활용되지도 못하는 애매한 공간들도 보였다. 이러한 공간이 돋보이려면, 일단 공간자체가 충분히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수 있는 장소여야한다. 그리고 커튼얼 바깥의 환경을 실내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매장과도 관계성을 갖아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간은 고립된다.
매장 내부의 건축계획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은 없다. 여느 백화점과 특별히 차별화되는 차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부 입면만큼 센세이션한 요소가 특별히 보이지는 않는달까... 냉소적으로 표현하면, 건축이나 공간을 활용한 특별한 집객요소로 언급할만한 공간이 없다. 심심한 평, 단면이다.
끝으로,
외관이 특이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백화점이다. 외부를 감싸고 오르내리는 유리 동선이 궁금해서 누구나 한번쯤 와보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멀리서 왔던 고객이 굳이 또 여러번 방문해야할 이유를 주는 공간과 장소는 어디일까.
한번경험했던 유리동선 길을 여러번 걷고 싶을까. 판매시설은 뭐니뭐니해도 명품 브랜드가 먼저겠지만, 사람을 방문하게하고 머물게하는 집객공간이 없다면,.. 건축적으론 용은 있으나 용 눈을 그리지 못한것. (화룡점정이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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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 떠나서, 이렇게 돈 많이드는 외관과 컨셉을 제안한 OMA가 놀랍고, 또 구현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갤러리아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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