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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탐방6] 롯데스럽지 않은 롯데 아울렛 '의왕 타임빌라스'

by soopark '-'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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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정 롯데 아울렛이 맞습니까?

내 기억 속에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심지어 롯데몰까지.. 롯데가 들어간 판매시설은 한결같이 매력이 없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가치는 뒤로하고 어떻게든 상품 하나라도 더 배치할까 고민하는 판매자 중심의 매장이기 때문이다.

 

기껏 마련해 놓은 공용공간이 결국 상설매장이 되는 것은 일상이고, 복도에 있었던 밴치까지 없애며 팝업스토어 설치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후방시설도 충분치 않은지 종종 화장실에서 앞치마를 두른 직원을 마주하는 희한한 경험도 하게되는 곳.

 

정말 건축과 공간의 가치는 뒤로한채 한 평이라도 매장으로 쓰고자 하는 그들이 노력이 대단하기도 하다.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게 전국 각지에 지어진 롯데백화점의 건축적 지향점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메인 간판과 안내 사인의 글씨체만 같을 뿐..

 

비판적으로 이야기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니.. 이러한 영업 방향을 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모른다. 롯데는 롯데 나름데로 돌파구를 고민하고 있을지.. 

주출입구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오픈한 '타임 빌라스'는 아주 특별해 보인다.

 

늘 남이 한 것을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팔로워(follower)'인 롯데가 이번에는 꽤 새로운 디자인 어휘를 여럿 구사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층 옥상정원에 위치한 잔디광장이다.

잔디광장

숨막힐정도로 매장을 채웠던 전략을 썻던 롯데가 제안한 공간이라는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롯데답지 않다. 심지어 두어대 쯤 있을법한 푸드트럭이나 키오스크도 배치하지 않고 모조리 공용공간으로 할애했다.  

 

덕분에 이 곳은 우리나라 쇼핑몰 중 가장 고객이 좋아하는 옥상정원이 되었다. 뒤로 보이는 바라산과 글라스빌이 보여주는 풍광이 도심 속 '쉼'을 찾아온 고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하나 둘 돗자리를 깔더니, 이제는 가족과 연인이 함께 여유를 즐기는 명소가 된 것이다.

 

사실, 박공지붕 '글라스 빌' 하나 하나를 떼놓고 보면 그 디자인이야 볼품없어 보이지만, 하늘, 햇빛, 산 등 자연과 어우러지면 오히려 단순한 형태가 더 돋보인다. 결국 이 곳은 적어도 일년에 네번 (봄, 여름, 가을, 겨울) 옷을 갈아입는 다양한 표정을 지닌 공간이 되었다.

 

* 그간 롯데의 행보처럼 '유지관리 어려운 잔디광장 없애고 매장을 늘리자' 라고 접근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잔디광장은 사실상 롯데 타임빌라스의 중심공간 역할을 한다. 이전 '강남 코엑스몰'을 언급하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강력한 중심공간이 있다는 것은 고객의 길찾기(Way finding)에 엄청난 이점을 준다. 

 

쇼핑몰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 중심공간을 기준으로 구조화하기 때문이다. 내 위치가 어딘지 쉽게 인지될 뿐더러 누구를 만날때도 그저 '잔디광장'으로 와" 한마디면 충분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이 잔디광장은 어디서든 쉽게 접근 가능하다. 정말 좋은 계획이다. 

 

물론, 예전.. 아니, 고전의 건축개론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건축개론에서는 상업공간에 이런 공간이 있는걸 죄악시 했다. 쇼핑해야할 고객이 충분히 매장을 돌지않고 좋은 공간으로 다 빠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공간은 쇼핑을 한 후 보상처럼 주어지는 개념이었다. 판매시설의 목적은 물건을 파는 원척적인 목적을 갖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선도 최대한 매장을 대면하도록 우회하며 계획했고, 에스컬레이터도 꼭 한바퀴를 돌아야만 탈 수 있도록 불편하게 설치했다. 

 

롯데는..  '의왕 타임빌라스' 하나로 이 구닥다리 고전 계획을 모두 뒤집었다. 

 

'잔디광장'만큼 돋보이는 디자인 요소가 또 있다. 바로 레벨의 입체적 활용이다. 우리가 진입하는 대공간 '더 스테이션'의 역할은 고객들을 웰컴밍함고 동시에 윗층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더 스테이션'의 뒷공간은 모두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보통은 진입층에 매장을 두기위해 지하층을 과도하게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일텐데, 진입층에 주차장을 배치하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이면서 조화로운 계획을 만든 것이다.

 

또 소소하지만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도 있다. 교외형 아울렛의 가장 큰 단점이 날씨인데, 기상이 좋지 않을 때 '실내형 매장'으로 전환되도록 계획한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계폐형 지붕이 설치된 실외매장

그 비밀은 개폐형 지붕에 있다. 평상시에는 열려있다가, 필요에 의해 닫히는 것이다. 여태 본적 없던 신박한 기획이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햇볕이 좋아 실외형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지붕이 닫히면 어떤모습일지 궁금하다.

 

아쉬웠던 점

물론 타임빌라스에도 아쉬운 점들이 여럿있다. 

 

일단 가장 경악했던 것은 '더 스테이션'의 천창이다. 들쭉날쭉한 사이즈의 구조파이프 부재와 프레임 간격은 도저히 건축가가 조율했다고 보기 힘들만큼 러프하다. 심지어 구조 프레임 위에 얹혀진 재료는 유리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다. 

 

건축가가 돔 형상의 비정형 마감을 처리하기 위해서 정교한 해법이 필요함을 몰랐을리 없다. 재료나 공법의 관점에서 이렇게 밖에 설치할 수 밖에 없던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좋은 건축을 위한 욕심과 현실적 제약의 타협점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스테이션'

폴리카보네이트는 방향성이 있는 재료다. 특별한 가공이 되지 않는 한 세그먼트 단위로 부재를 연결하는 선형 판재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소재를 곡면으로 시공하면서 어느정도 변형은 흡수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나라 환경이라는 것이 여름과 겨울을 극단으로 오가는 극한의 환경이라, 이 변형에 장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미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누수 등 기능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투자비가 부족한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면, 꼭 곡면지붕을 고집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인도어 매장의 천창 : 더 스테이션과는 다르게 직선형디자인에 유리를 사용했다

끝맺음

의왕 타임빌라스는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분명 힘 줄 곳과 뺄 곳을 잘 구분했다. 좋은 건축에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듯 하다. 

 

어쩌면, 경쟁사에서 의왕 타임빌라스에 밴치마킹 왔다가 화가났을 수 있겠다. 자신들이 투자하고있는 공사비에 훨씬 못미치는 비용으로,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좋은 공간을 만들며 이슈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반대 의미로, 만약 롯데도 경쟁사처럼 건축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병행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욱 재미있는 있는 공간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아쉬운 점 하나 더.

프리미엄아울렛 치고는 브랜드가 너무없다. 명품은 고사하고 '폴로'나 '나이키'도 입점하지 않았다. 이렇게 혁신적인 제안을 한 좋은 매장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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