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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숲 */건축과 함께

경계를 공간으로 바꾼, 예술 길 '홍제 유연(流緣)'

by scape '-'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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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창시절, Borderline 이라는 주제로 재미있는 세미나를 참여한 적이 있었어. 거시적인 관점으로 도시를 내려다보면 강, 철도, 도로, 다리 같은 기다란 선형으로 경계가 나뉘는데, 사실 조금더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보면 그 선형 역시 공간이라는 주제였거든.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 경계점(선형)을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기에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그 경계가 공간이 될까'를 생각해 볼 수 있던 기회였었어.

마치 영화 존말코비치되기(Being John Malkovich)나 올드보이에서 처럼 엘리베이터 두개의 층을 동시에 누르면 층을 나누고 있는 경계에 숨겨진 또다른 공간이 나타나는 것 처럼말야. 

홍제천과 연결되는 홍제 유연 진입길
홍제천 위를 올라타고 있는 유진상가

난 '홍제 유연'을 보고 정말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느꼈어. 한강으로 들어가는 홍제천길위로 들어선 유진상가 때문에 그동안 끊겨있던 천변을 연결하는 것 자체도 좋은 시도지만, 그 길을 공공예술공간으로 새롭게 기획한 것은 정말 기발한 생각인것 같아.  

여담으로, 홍제천 위로 올라타있는 유진상가는 굉장히 재미있는 역사를 갖고 있는 건물이야. 건물이 지어지던 시기는 남북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있던 때라 서울 중심부로 넘어오는 길목에 군사적 목적을 겸해서 지어진 건물이거든. 그래서 기둥모듈이 일반적인 주차모듈이 아니라 탱크 1대가 들어갈 수 있는 모듈로 지어져 있어. 이 뿐만이 아냐. 1995년 내부순환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유진상가와 간섭이 일어나자 건물 한쪽을 잘라버렸고, 지금은 내부순환로와 겹쳐있는 이상한 형태의 건물로 남아있어.

홍제유연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설치예술작품-홍제 마니(摩尼)차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 내 인생의 빛’을 주제로 시민 1000여 명의 메시지를 담고있다

홍제 유연은 마치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고, 또 대부분의 설치예술 작품이 주변환경을 이용해 빛과 물을 활용한 것이야. 아래 이미지는 팀코워크의 ‘숨길’이라는 작품이야. 한낮에 숲속의 나뭇잎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을 걷는 공간을 연출했다고 해.

팀코워크의 ‘숨길’
뮌의 ‘흐르는 빛, 빛의 서사’

팀코워크의 조명 예술 작품 ‘온기'
‘SunMooonMoonSun, Um...’은 물의 잔상을 빛과 소리로 표현

그동안 버려져있던 어둡고 냄새났던 공간이 서울의 시민들에게 이렇게 좋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을보니 이걸 기획한 사람에게는 정말 큰 상을 줘야할 정도로 좋은 프로젝트라고 느꼈어. 홍제 유연은 당연히 무료고, 오전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시를 진행한다고 해. 앞서 서두에서 언급했던것처럼, 두께를 갖고있는 도시의 경계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두 영역을 단절하기 위한 말 그대로의 경계가 아니라 두 영역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써 새로운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믿어.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시도를 계속하는 서울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점점 더 낭만적이고 멋진 도시가 되어가는 것 같아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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