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의 숲 */부유합니다.

[롯데 뮤지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전시회 후기

by scape '-' 2023. 1. 14.
반응형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전시회 후기, 롯데뮤지엄
2022.12.24  - 2023.03.26 

"롯데뮤지엄은 상식과 경계를 뒤엎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대를 앞서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b. 1957)의 시각 예술을 조명하는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롯데뮤지엄 공간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는 50여점의 작품 설치로, 기존 작품에 퍼포먼스를 접목하거나 미술관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을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배치하여 관람객의 개입을 유도하는 작품 등을 선보이며,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Lafayette Anticipations)에서의 첫 전시에서 나아가 마르지엘라의 예술세계를 더욱 확장시킨다. " (롯데뮤지엄)

 

벨기에 출신인 '마틴 마르지엘라'는 패션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를 설립한 유명 디자이너야. 마틴 마르지엘라는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명성을 쌓아왔고, 1997년부터는 에르메스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열두시즌 동안 에르메스의 간판이기도 했어. 특히 이 시기에 '마틴 마르지엘라'는 에르메스에 가죽과 캐시미어를 적극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있어. 이렇게 패션계에 한획을 긋는 활약을 하다가 2008년 메종 마르지엘라의 20주년이 되던해에 돌연 패션계를 은퇴했다고 해.

 

그가 패션계에서 주목받았었고, 오늘날 예술계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관습과 질서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야. 우리는 이걸 어려운 말로 '해체주의 예술'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고. 그의 해체주의적 접근의 단편적 예로 기존에 제작되던 의상과 다르게 봉재선을 드러낸다거나, 기성복의 사이즈보다 과도하게 큰 사이즈의 옷을 만든다거나 하는 행위를 들수있어. 왜 우리는 항상 옷의 이음매를 숨기고 있는지? 숨기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지? 왜 우리는 늘 규정된 사이즈의 옷을 입는 것인지? 등등 일상적으로 당연시되는 질서에 대한 질문을 하고있는 것이지.  이번 전시도 그가 해왔던 해체주의적 철학의 질문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것같아.

전시참여 퍼포먼스와 함께 배포되는 리플렛
리플렛을 펼치면 전시 동선이 나온다

데오드란트의 이미지가 세겨진 리플렛은 입구의 자판기를 통해 뽑을 수 있는데, 리플렛을 뽑는 행위 자체도 이 전시의 잘 짜여진 프로그램 중 하나야.  리플렛을 펼치면 전시의 배치동선이 나오는데 마치 미로처럼 오밀조밀 구획되어 있음을 알수 있어. 시퀀스를 가지고 만나게 되는 각각의 독립된 공간마다  하나의 작품만 배치하면서 그 것에만 집중하도록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어. 이렇게 구획된 공간이 있기에 단순한 평면적 전시 기법을 넘어서 청각과 조명, 그리고 관객이 참여 공간을 함께 디자인할 수 있었을 꺼야.

 

헤어 포트레이츠(Hair Portraits) - 얼굴을 감춰 익명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델의 얼굴을 가린 마르지엘라 전시

위의 헤어 포트레이츠(Hair Portraits) 작품을 보면 모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걸 알 수 있어. 어쩐지 으시시하지만, 머리카락은 그가 잘 사용하는 작품의 대표적 오브제 중 하나야. 머리카락은 얼굴을 가리는 익명성을 상징하고 있거든. 사실 마틴 마르지엘라는 그가 패션계에 종사할 때부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성으로도 유명했었다고 해.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직원들 조차도 마주친 경우가 거의 없을만큼 말야. 대부분의 업무지시나 협의가 메일이나 팩스를 통해 전달되었고, 대외 인터뷰마저도 서류를 통해 진행했다고 하니.. 얼마나 자신을 숨기고자 노력했는지 알만하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것은 관점에 따라 익명성의 의미 외에도 다른 해석들이 존재하지만, 전시에서는 모델의 얼굴을 가림으로서 옷의 디자인에 좀 더 집중해주기를 바랬다고해. 

  *참고로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한 덕분에, 구글의 힘을 빌려 마르지엘라의 얼굴을 모두가 알게되었어. 하지만 여기서까지 그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께. 

마르지엘라 라벨과,4개의 스티치

 

이러한 익명성은 메종 마르지엘라브랜드에도 잘 드러나는데, 브랜드명을 제품에 드러내지 않고 각 숫자마다 의미가 있는 0~23번까지 새겨져있는 라벨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야. 심지어 어떤제품에는 라벨조차 생략하고 네개의 스티치만 남겨놓기도 해. 참고로 라벨의 숫자 중 0번은 오튀 꾸트르(Haute couture) 발표한 아티저널 컬렉션을 의미하는 숫자인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의미야.

BTS RM의 인증샹으로 유명해진 '립싱크 (Lip Sync)'
심성아 도슨트님의 작품설명

메종 마르지엘라’ 브랜드 매장에 가보면 모든 직원이 모두 하얀색 가운을 입는데, 이것은 데뷔 초기 돈이 없었던 마르지엘라가 아뜰리에 직원의 유니폼으로 선택했던 것이 시초야. 당시는 저렴하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그 흰색이라는 것에 가능성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마치 마르지엘라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어. 위 사진에서 보듯 심성아 도슨트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이 흰색가운을 입고 있는데, 이러한 의미의 연장선으로 보면 좋을 듯 해.

 

사실 이번에 열리고 있는 마르지엘라 개인전은 꽤나 불친절한 전시야. 원래 예술이 친절하지는 않지만 유난히 그런 전시야. 직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작품옆에 마땅히 있어야할 설명이나 해설도 찾아볼 수 없거든. 만약 패션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의상과 모델을 상상하고 왔다면, 기대했던 것과 다른 스타일의 전시에 큰 실망을 하게될꺼야. 만약 마틴 마르지엘라의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면, 도슨트님의 설명을 듣기를 권하고 싶어. 나는 심성아 도슨트님의 해설을 들으며 감상했는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도움이 되었거든. 반대로 도슨트님의 해설을 듣지 않았다면 여러 작품들의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을거라 생각했어.   

 

Red Nails

위의 사진은 언론에 많이 언급되는 레드 네일(​Red Nails)라는 작품이야. 우리 신체의 일부를 비약적으로 확대한 것이야.  왼쪽의 모형도 실제 스케일 대비 말도 안될만큼 큰 확대인데 오른쪽은 조형은 거대하기 짝이없지.  같은 소재, 같은 형태이지만 스케일에 따라 느껴지는 생각이 어떤지를 묻고 있는 작품이야. 

 

마틴 마르지엘라가 주로 전시에 사용하는 오브제를 살펴보면 '얼굴 없는 머리카락', '매니큐어', '손톱', '염색약', '체모', '데오드란트'가 있는데 이 소재들이 관통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엄연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가리려고 노력하거나,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들 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어. 그가 그의 작품을 통해 질문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 짐작이 되는 것같아. 

.

.

.

출입구에 전시된 작품

끝으로 전시를 보고 나오면 새삼 한장한장 눈에 띄는 입구의 사진들이야.  작품들이 제작되는 과정들을 모아놨어. 작품들을 떠올리며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듯해.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