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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숲 */부유합니다.

화재 후 다시찾은 인왕산 등산코스 (홍제역 코스, 서울근교 초보 등린이를 위한 산행코스로 추천합니다.)

by scape '-'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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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가로이 책을 읽고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탄내가 나는 것 같았어. "이게 무슨 냄새지.." 하고 창밖을 내다봤는데..  오..마이.. 갓..ㅠㅠㅠ

말도 안되는 풍경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저 멀리 있는 인왕산에서 불기둥이 생생하게 보일만큼 큰 불이난거야. 아침에 시작된 산불은 저녁이 될때 까지도 멈추지 않더라.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지만, 약 축구장 10개정도의 면적이 이번 산불로 파괴되었다고 해. 눈앞에서 바라보니 정말.., 너무나 끔찍한 일이야. 

 

큰 산불을 겪은지 딱 1주일이 지난 오늘. '어떻게 변했을까..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으로 인왕산을 찾았어. 보통 즐겨찾는 산행길은 일명 '홍제코스'로 불리는 곳인데, 홍제역에서 시작해서 인왕산 정상을 기점으로 다양하게 뻣어갈 수 있는 코스야.

지도에는 "홍제역→문화촌현대아파트→기차바위→인왕산 정상" 까지만 표기했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내려가는 방향에 따라 '서촌코스(안국)'나  '안산봉화대 코스' 로 연결될 수 있어. 물론 원점회기하거나 중간중간에 있는 자락길로 빠지는 것도 좋은 코스야. 언젠가 다른 글을 통해 다시한번 설명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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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촌 현대아파트를 지나 등산로에 진입한지 10여분쯤 되었을까.. 나무 탄 냄새가 코끝을 강하게 찔렀어. 위에서 보는 것처럼 나무들이 까맣게 타버렸고, 바위들도 검게 그을렸더라. 불타버린 흔적은 멀리 보이는 초록 빛과 대비되어 더 검고 어둡게 보였는데, 나 뿐만아니라 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마음 아파했어.

얼마나 화마가 무시무시 했었던 것인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화재의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  잎사귀 하나 없이 검게 그을려 버린 나무들 사이를 한참 걷다보니, 왠지 산에게,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누군가 옆에서 이야기해주더라.  뿌리까지 모두 타버린건 아니니, 곧 녹음이 다시 자랄거라고..그래, 맞아. 스스로 치유되는 자연의 생명력을 믿어보는 수 밖에..  

 

기차바위(왼쪽), 인왕산 정상(가운데), 안산(오른쪽 봉우리)

산을 오를수록 푸르른 인왕산 원래의 모습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녹음이 짙어질 수록 불에 그을려 노래져버린 근경의 대비가  화마가 얼마나 끔찍했을지 짐작하게 해. 그래도 기차바위 쯤에 다다르는 순간부터 탄내는 거의 사그라들고, 산에서 느껴지는 피톤치드 나무 향기가 차츰 진해지기 시작하더라. 

인왕산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등산로에 진입한지 한 30여분쯤 지났을까.., 많은 사람들이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는 기차바위에 도달했어. 기차바위에 오르는 암벽 길 자체도 너무 멋지지만,  이 곳에서 고개를 돌리면 넓게 펼쳐진 북한산의 풍광은 언제봐도 장관이야. 겨우 30분을 올라서 이러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오르려는 노력에 비해 너무 큰 것을 얻어가는 느낌이랄까.

기차바위(왼쪽), 한양성벽(오른쪽)

기차바위를 지나, 능선을 조금 더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철재계단을 통해 '한양 성곽' 의 중턱으로 연결 돼. 한양 성곽은 전쟁의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성벽은 아니야. 그래서 매우 낮게 조성되어있어. 알다시피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천도하면서, 정도전에게 도시 설계를 맡겼잖아. 그 때 정도전은 '좌조우사'의 이념을 따라 산세에 순응한채 궁궐과 종묘사직을 먼저 배치하고, 도시의 품위를 높히기 위해 상징적으로 성벽을 계획했다고 해.  

한양성곽

인왕산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은 상당구간 파괴되었었지만, 지금은 잘 복원되고 정비되어 있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길이야. 걷다보면 자연스레 보이는 아름다운 산세와 도시의 풍광도 놓칠 수가 없지. 

인왕산 정상

등산로 초입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한시간 가량을 올랐을까... 어느새 다다른 인왕산 정상. 바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 보면 우리의 서울이 눈안에 가득찰꺼야. 외국인들이 서울을 떠올릴때 '병풍처럼 중첩된 산새와 어우러지는 도시'라고 묘사한다는데.. 이곳에서 보는 서울은 정말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아, 외국인 이야기를 꺼낸김에.., 신기한게 하나있어. 언제 부터인지 인왕산에 방문하면 정말.. 외국인이 많거든. 보통 우리가 해외로 여행가서 산을 잘 찾지 않는데, 이렇게 외국인이 많은 것을 보면 좀 갸우뚱하지 않니? 어딘가에 관광명소로 추천된 것일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 서울같은 대도시, 그 한복판에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곳에서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이 또한 다른 곳에서 느끼기 어려운 매력적이잖아.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끝으로 아래 두장의 사진은 인왕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야. 자 대충 넘기지 말고 숨은그림 찾기 해볼까?

경복궁(왼쪽하단), 롯데월드타워(왼쪽상단), 남산타워(가운데)
한강, 63빌딩, 전경련, 파크원

 

 

인왕산 정상에서 서촌으로 내려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왕산 숲속쉼터 '인왕3분초'

 

낙수장 안부럽네.. 인왕산 숲속쉼터 '인왕3분초' (솔토+에스엔)

나 어릴적에는 인왕산은 아무나 갈 수 없는 산이었어. 왜냐하면 1968년 북한에서 청와대를 노리고 간첩을 침투시켰는데 인왕산을 통해서 넘어왔었기 때문이야. 일명 김신조사건(1.21사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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