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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시설 S,M,L,XL

여의도에서 만나는 거장의 손길, '여의도 더 현대' (Richard Rogers + 삼우)

by scape '-' 202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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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거장인 리차드로저스의 마지막 작품(유작)이야. 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마주했었던 그의작품 '뽕삐두센터(Pompidou Centre)'를 보며 흥분하며 발광했던 기억이 있는데,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그의 작품앞에 다시서니 그때의 기억과 느낌이 온몸에서 살아나는 것 같아. 서울에서도 드디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되었구나....  

 

 

두 타워 사이에 별동으로 위치한 '더 현대(현대백화점)'를 가본 첫 소감은 최근 지어진 모든 상업시설 건축물을 통틀어 가장 큰 감동을 주었다는 거야. 돌아다니면서 건축도 상환경 인테리어도 정말 '새롭다' 라는 말을 끝없이 연발했거든. 가장 좋았던 공간은 5층에 위치한 대규모 실내정원이야. 일단 8개의 대형크레인을 통해서 층고가 높은 무주공간을 구현한 것부터가 놀라웠어. 구조 트러스 사이로 적절히 떨어지는 자연채광은 정말 기분좋은 공간을 만들고 있었고.. (구조설계 : Ove Arup & Partners) 로저스는 처음부터 이런 공간을 상상했던걸까.. 

 

눈치 챘겠지만 이곳은 옥상정원이 따로없어. 5층 전체가 옥상정원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옥상정원이면서 훌륭한 집객시설이기도 해. 사실 기존 백화점들은 잘 활용되지도 않는 옥상정원을 만들어 놓고 많은 사람들이 잘 이용하기를 그리고 집객시설이 되기를 기대하잖아... 하지만 우리는 알잖아? 우리나라에서는 옥상정원이 그리 유쾌한 공간이 아니야. 겨울엔 너무 춥고, 여름엔 너무 덥고, 봄과 가을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큰 일교차로 실제 야외 옥상정원이 이용되는 날은 제한적이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계절을 걸쳐 공통적으로 직사광선 맞는걸 좋아하지 않아. 아, 또하나 옥상정원은 유지관리도 힘들어. 그런의미에서 더 현대의 옥상정원의 재해석은 정말 좋은 접근이고, 좋은 시도야. 

 

자연채광을 통한 햋빛 그림자는 건축하는 사람이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인데.. 아래 사진을 봐. 얼마나 이쁘게 그림자가 떨어지는지. 이렇게 큰 대공간이 허하지 않고 꽉차보이는건 시간에 따라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건물의 표정이 있기 때문이야. 이렇게 디자인된 요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크레인 구조부재가 루버역할을 하고 있어 과도한 직사광 유입을 차단하고, 높은 층고가 만드는 벽면은 빛의 팔레트 역할(도화지, 반사체)로 직사광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있어. 그러니까 사운드포레스트(옥상정원)에 올라오면 외부 날씨와 쾌적함은 느끼되, 직상광을 받거나 하지는 않지.     

 

아!, 그리고 정말 놀라운 점 하나 더. 이런 공간을 건축가가 디자인 했더라도, 보통의 클라이언트는 여기를 매장으로 채울려고 했을꺼야. 이정도 스케일이면 대충 10평씩 120여개의 매장을 넣을 수 있었을텐데, 1개 매장당 연간 10억정도의 매출을 거둔다고 계산하면 연간 1,2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거든. 그래서 이렇게 대공간을 공용면적으로 할애한 현대백화점의 결정이 정말 대단한 거지. 사실, 이 곳의 운영사가 롯데나 신세계였다면 이렇게 공간을 내주지는 못했을꺼라는 개인적인 생각. 

 

 명품을 제외한 시장거래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야할 이유를 찾아서 기획하고 과감히 투자하지 않는다면, 단지 대형 판매시설을 신축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다시한번 말하지만 현대백화점의 결정은 정말 과감하고 대단해. 

자칫 허전할 수도 있는 대형 보이드에 위치한 오브제, 인공폭포. 이것도 참 대단한 아이디어야. 이런부분은 건축설계 요소는 아니고, 아마 상환경컨설팅(CallisonRTKL)과 인테리어설계를 하면서 고려되었을 요소인데.. 구조도 너무 센스있게 잘 풀었고 5층 옥상정원과 시각적으로 연결되며 '더 현대'가 추구하는 상환경의 컨셉을 완성하는 느낌이야. 과거에 전형적인 백화점들처럼 보이드 하단에 상설매장, 이벤트매장을 설치하지 않은게 정말 잘한 결정. 애써 보이드를 크게 만들어 개방감을 줘놓고 그 하단에 매장을 배치하거나 쓸데없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보고 건축가들은 보통 울지. 이게 고객이 느낄 좋은 공간의 가치보다 매장효율을 우선시하는 문화때문이었을꺼야.

 

내가 제일 바보같은 보이드라고 생각했던게 잠실 롯데몰 에비뉴엘에 있는 대형 보이드야. 나중에 가면 꼭 살펴봐봐. 정말 코메디같은게 개방감 있는 보이드와 누드엘리베이터를 기껏 계획해놓고 가운데다 곡면계단 두개를 설치해서 자연채광과 개방감을 다 차단하고 있는데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보이드 하단을 키오스크로 채워서 보통 고객이 보이드가 있는지도 모르는 이상한 곳이야. 나는 그 곳에 방문하면서 단 한번도 그 곡선 계단을 사용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 그 계단의 구조는 바보같음의 화룡정점을 찍어. 무리하게 달아맨 구조거든. 그래서 나는 몇가지 사실을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어. 이건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고집을 부렸구나'. , '롯데의 관리자 중 건축가는 없구나'. 그리고 '시공도 어렵고 투자비도 많이 들었을텐데 올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없었겠구나'. '더현대'를 설명하면서 엉뚱한 곳에 말이 길었네..;; 음 굳이 이야기를 꺼낸건, '더 현대'의 보이드와 '잠실 롯데'의 보이드를 비교해봤으면 해서야. 어떻게 계획한 공간이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지.

잠실 롯데월드 에비뉴엘 보이드

vs

더현대의 보이드

 내가 알기로는 아마 처음일거야. 백화점에 쇼핑몰처럼 순환형 몰링(Malling)을 도입한 것말야. 사실 가이드맵을 보면 이건 백화점 평면이라기 보다 쇼핑몰의 레이스트랙 평면에 가깝거든. 신세계의 스타필드처럼 말야. 이건 백화점의 패러다임이 '상품 효율배치'에서 '공간 쾌적배치'로 전환한 사건에 가까워. 사실 과거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대한 의견은 이론적으로 많이 제시되어 왔었어. 다만 눈앞에 펼쳐진 '평당효율'의 유혹을 버리고 직접 실현한 것은 처음이기때문에, 더 극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다음에 후발주자가 이러한 기획을 한다해도 지금처럼 새롭지는 않을꺼야..

 

또 하나, 작은 요소지만 몰링계획에 인상적인 것이 더 있어.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더현대'의 몰링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데, 이때문에 걷다보면 매장 사인이 하나씩 하나씩 새롭게 나타나게돼. 정말 재밌는 계획이지 않니? 곡면 동선을 통해 미묘하게 시야의 각이 틀어지게 한것 말야. 단순한 동선이지만 위치에 따라 시야가 계속 변화하니 고객도 지루하지 않고, 심리적인 동선의 거리도 짧게 느껴진달까.. 세심하고 의도적이었던.. 좋은 계획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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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DA계획.

학창시절 배낭하나메고 유럽을 일주하면서.. 저 DA가 뭐라고, 저것 조차도 예뻐보여서 뽕삐두센터 DA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었는데.. 20여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에서 만난 같은 건축가의 건물에 같은 디테일의 DA라니.. 이게 뭐라고 다시한번 옛 추억이 돋는거니.. 이런 하나하나의 디테일부터 색상까지 '나는 로저스 작품이에요'를 말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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